YCXY
2021.01.19
일을 하고 가정을 돌보고 그리고 음악을 한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멈추어 있는 시골 동네의 풍경의 한 점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점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사뭇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소용돌이, 예상은 했지만 변화구 처럼 휘어져 돌아오던 강풍, 가공할 위력의 파도, 이와 모든 것들 세상사란 모진 이름으로 그 초라한 점을 강타하고 내몰았던 2020년 이었습니다. 되돌이켜 보면 입안에 욕이 한가득 차오릅니다.
그래도 음악을 한다는 행위는 저에게 많은 즐거움을 줍니다. 음악 속에선 난 자유로워! 라고 외칠 수 있을 만큼 각박한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줍니다. 그 자유로움은 사실 음악 발전에 큰 장애물입니다. 자유를 통한 발전은 솔직히 별로 없거든요. 발전은 재능, 성실함, 창의력 등을 양분으로 자라납니다. 해방, 자유, 현실도피 같은 건 사실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보다 좋은 음악을 할 수 없기에 자유롭기만한 방구석 뮤지션인 제가 좀 부끄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뭐 잘 모르겠습니다.
인생의 반정도는 살은 것 같은데 뭐 아는게 별로 없는게 제 인생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래도 의의를 둡니다. 음악을 한다. 꾸준히 한다. 중구난방이지만 그래도 한다.
초한지는 제 친구 동열의 곡입니다. 제가 듣고 반해버려서 달라고 졸랐습니다. 지금도 자기가 먼저 낼건데 라고 투덜거리는 동열의 불평을 들으며 발매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낼거면 먼저 내등가. 이상한 놈입니다. 이 곡의 펑키한 리듬과 어설프고 엉성한 가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네 삶도 이렇게 어설프고 낭만적이라면 무척 성공한 인생 아닐까요. 좀 하자가 있어도 사랑 가득한 삶을 살고 싶은게 제 바램입니다.
그러한가는 제가 예전에 만들어놓은 아끼는 곡입니다. 제 유려한(?) 보이스가 잘 어울린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다닙니다. 응? 사랑은 언제나 자기 마음에 꼭 들게 등장하지 않습니다.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자라도 시노자키 아이와 같은 여친을 기다리는 남자라도 모두 그런 사람들은 자기 짝이 되지 않습니다. 빛나는 별은 가까이서 보면 그저 한 행성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사랑합시다. 아마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 서로 사랑하는 일일겁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