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거나

2020.10.23

프로듀서 ‘암거나(AmGonna)’ 1st single ‘초대’ 발매

발라드, 댄스, R&B, 락, 힙합까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무수히 많은 대중음악은 사랑을 그 테마로 하고 있다. 그것은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해야 하는 예술이라는 분야의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여태껏 대다수가 그래왔기 때문에 창작자들이 아무런 비판 없이 이 클리셰를 답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감미로운 목소리가 담긴 음악은 대부분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다. 신나는 댄스곡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반드시 사랑 노래를 해야만이 많은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일까?

프로듀서 ‘암거나’의 음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들의 삶에는 사랑 외에도 수많은 테마와 이야깃거리가 있다. 남다른 패션 센스와 재치 있는 입담에 대한 욕심, 매번 결심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술과 담배,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는 변비나 무좀으로 인한 고통. 전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경험하고 공감할 이야기들. 정성스럽게 만든 양질의 음악으로 이러한 우리의 일상을 풀어내고자, 서로 다른 활동을 하던 뮤지션들이 모여 프로듀서 팀 ‘암거나’의 이름으로 첫 싱글을 발매한다.

‘초대’의 노랫말은 파격적이지만 스토리는 그다지 드라마틱 하지 않다. 그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지인이 몇 년 만에 대뜸 청첩장을 보내는, 누구에게나 생길 법한 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심지어 요즘은 주소를 물어볼 필요조차 없이 모바일로도 청첩장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이다. 나는 아직 취업도 못했는데 어느새 자리를 잡더니 결혼까지 하면서 축의금을 달라는, 그것도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지인의 소식에 과연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고 축하할 수 있을까?

자칫 하염없이 가벼워지고 우스워질 수 있는 주제를, 그러나 ‘암거나’는 굉장히 세련되면서도 진솔한 발라드 넘버로 훌륭하게 풀어내었다. 일말의 과장도 없는 담백한 문장과 애잔하면서도 유려한 선율 위에 노래하는 배우 ‘윤찬’의 깊은 감성과 호소력 짙은 미성이 더해진 결과, 듣기 편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하였다. 억지로 참신함을 더하려 애쓰거나 안정적인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았음에도 ‘초대’는 촌스럽지도 부담스럽지도 않다. 5분 30초라는 보기 드문 긴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음이 이를 반증한다.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무엇이든 그 소재가 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그려내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너무 작고 소박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그 존재마저 잊고 지내는 많은 이야기들. 아무거나 노래하는 뮤지션 ‘암거나’의 음악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누군가의 삶의 작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조명하길 기대한다.

[credit] Producer : 암거나
Songwriter : 암거나
Lyrics : 암거나
Arrangement : 암거나
Vocals : 윤찬
Programming : 엄경필
Piano : 락강
Guitars : 박성범
Album Art : 김지수
Recorded at : ON&ON Studio
Mixing / Mastering 702 studio
Special thanks to : 엄영민, 이인향, 강건철, 조순덕, 혜망, 크림 다이어리, 이재헌, 유채민, 이성환, 박찬영, 강덕영, 국승환, 한시후, J1, 허수의 실수, 정채은, 토끼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