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Like You

OTROP

2019.12.18

오랜 팬으로 있던 가수 OTROP의 새 앨범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소중하게도 그의 음악을 먼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랜시간 인디씬과 필드에서 활동한 잔뼈가 굵은 뮤지션이다. 한 동안 방황하던 그가 이제는 중심을 세웠는지 그야말로 ‘물건’을 들고 나타났다. 음악을 재생하기 시작하자 그의 음악은 일에 집중하느라 음악을 소모적으로만 들었던 나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4차원의 어딘가로 순식간에 이동을 시켰다. 도입부의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선율은 하얀 천이 아른거리는 것과 같은 안개를 눈앞에 보여준다. 그 안개를 스크린 삼아 흑백 필름을 재생하는 낡은 영사기가 있다. 영사기가 작동하며 OTROP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첼로의 가장 낮은 현을 힘 있게 마찰시키는 떨림과도 같았다. 어떤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남성성 가득한 저음을 벗어나면 노이즈 같은 소음, 반복적으로 둔탁한 타격 음을 일으키는 소리들이 들린다. 독립적으로는 소음에 불과하지만, OTROP의 목소리와 함께 뭉치자 아주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하나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거짓과 위선에 대한 노래는 안개와 함께 모두 물속으로 사라진다.
OTROP의 음악은 항상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곡에서 가장 마음이 움직였던 가사는 “They are all deceiving themselves” 이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의 유혹에 빠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결국 스스로를 속이고 부정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짓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OTROP는 그의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공유하고, 듣는 이들은 그 무언가를 공감한다. 그는 이 음악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다.”
By. 김성현

Composed by OTROP, Xintha
Lyrics by OTROP
Arranged by OTROP, Xintha